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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도착과 첫 일정: 설렘의 시작
어젯밤, 드디어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다. 공항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낯선 공기와 익숙하지 않은 언어, 그리고 짙게 깔린 사막의 냄새가 묘한 긴장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줬다. 어두운 밤에 도착해 숙소로 바로 이동했던 터라, 실제로 이집트의 풍경을 마주한 건 오늘 아침이 처음이었다.
어젯밤 이집트에 도착하고서 제대로 된 여행 일정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이집트 카이로 시내투어를 진행했고, 한국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모마투어를 이용했다.
첫 일정은 한국 여행자들 사이에서 ‘가성비 좋고 설명이 잘 돼 있다’며 입소문 난 모마투어(MOMATOUR)의 카이로 시내 일일 투어였다. 하루 동안 카이로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루트로 구성되어 있어, 여행 초반에 딱 좋은 선택이었다.
아침 일찍 픽업된 차량에 몸을 싣고, 본격적인 투어가 시작되었다. 버스 창밖으로 펼쳐진 이집트의 거리는 기대 이상으로 복잡하고 거칠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멀리 피라미드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다. 분명 현실인데, 마치 다큐멘터리 속 장면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그 풍경에 숨이 잠깐 멎었다.
버스를 타고 가장 먼저 모카탐 쓰레기 마을을 향했다.
이집트에 도착 후 처음 낮에 바깥으로 나온 상태여서인지, 버스 창 너머로 피라미드가 보이는 이 광경이 놀랍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와… 진짜 이집트에 오긴 했구나.”
마음속에서 조용히 울리는 감탄을 안고, 버스는 오늘의 첫 목적지인 모카탐 쓰레기 마을(Garbage City)을 향해 달렸다.
모카탐 쓰레기 마을: 충격과 이해
버스가 도심을 빠져나오며 조금씩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층 건물 대신 낡고 회색빛 건물들이 즐비한 길, 그리고 점점 좁아지는 골목. 어느새 우리는 모카탐 쓰레기 마을(Garbage City)에 들어서 있었다.
이곳은 카이로에서도 이방인들에게 가장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지역 중 하나다. 실제로 ‘쓰레기 마을’이라는 별명처럼, 거리는 각종 쓰레기 더미와 재활용품으로 가득했고, 악취와 파리 떼가 공기 중을 헤집고 다녔다.
하지만 그 속에 자리한 자발린(Zabbaleen) 커뮤니티의 삶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대부분 콥트교(Coptic Orthodox)를 믿는 이들은 대대로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하며 살아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쓰레기에서 가치를 찾아내고, 그것을 자원으로 바꾸는 전문가들이다.
그렇게 버스가 달리고 달려 모카탐 쓰레기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에는 콥트교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 콥트교는 그리스도교 중 오리엔트 정교회의 한 종파이며 이집트 크리스찬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이드는 설명했다.
“자발린의 재활용률은 80% 이상으로 세계 평균을 훨씬 웃돕니다. 이들은 쓰레기를 철저히 분류하고, 일부는 공장에서 가공하여 판매하기도 하죠.”
모카탐 쓰레기 마을은 각지에서 모아 온 쓰레기를 수거하여 분류하고 판매하는 콥트교인의 마을이었다. 쓰레기 마을이라는 그 이름과 모습답게 쓰레기장 같은 악취와 지저분한 거리와 파리가 무수히 많았던 장소였다. 겉모습만 보고 ‘빈민가’라고 쉽게 단정할 수 없는 이유였다. 실제로 일부 가족은 고수익을 올리며 자녀를 대학에 보내기도 하고, 마을 자체에서 일종의 자급자족 체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보기와는 다르게 돈을 굉장히 많이 버는 부자들이라고 한다. 콥트교인들만이 가업으로 이어 일을 한다고는 하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문화였다.
이런 이집트의 독특한 민낯 한구석이 신기하고 새로웠다.
이 마을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모카탐 동굴교회(Cave Church) 때문이다. 쓰레기 마을을 가로지르며 언덕을 조금 오르자, 웅장한 바위산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 조심스럽게 교회의 흔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의 혼란스러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 고요하고, 숭고한 느낌.
그 순간, 단순한 구경이 아닌, 진짜 이들의 삶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쓰레기를 수거하며 살아가는 이들이 왜 이렇게 거대한 신앙의 공간을 만들었을까?
그 물음은 다음 목적지, 모카탐 동굴교회에서 조금씩 풀려갔다.
모카탐 동굴교회: 돌에 새긴 신앙
모카탐 쓰레기 마을을 지나 도착한 곳은 동굴교회였다.
모카탐 산의 바위산 깊숙한 곳, 쓰레기 마을을 지나 도착한 곳은 상상 이상으로 거대하고 신비로운 공간이었다. 이곳은 바로 모카탐 동굴교회(Cave Church), 정식 명칭은 성 시몬 탄너 수도원(St. Simon the Tanner Monastery)이다.
들어가며 거대한 바위산이 보였고, 벽에는 성경 역사와 관련된 여러 벽화들이 새겨져 있었다.
산 전체를 깎아 만든 듯한 이 동굴교회는 최대 20,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중동 최대 규모의 교회다. 돌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 속, 모든 것이 조각으로 이뤄져 있었다. 입구를 지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성경 이야기를 섬세하게 새겨 넣은 벽화들이었다.
이쪽 바위에는 아기 예수님을 데리고 이집트로 피난 중인 마리아와 요셉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 성경 자주 등장하는 애굽에 내가 지금 와있구나 하는 생각이 한 번씩 상기되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건, 바위 벽면에 조각된 성모 마리아와 요셉, 아기 예수의 피난 장면이었다. 이집트 땅을 밟으며 “성경에서 자주 말하는 그 애굽이 바로 여긴가?” 하고 막연히 떠올렸던 상상이, 눈앞에서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아래쪽으로 조금 더 걸어 들어오니 동굴 교회라 불리는 노천 예배당이 나타났다. 하얀 돌산에 예배 장소를 만든 중동 지역 최대의 교회라고 한다.
거대한 바위산에 이런 장소가 있다니 신비로웠다.
물론 고대 이집트인들의 작품은 아니고, 최근 들어 콥트교인들이 예배를 위해 많은 노력 끝에 만든 곳이라고 한다. 다른 이집트 역사에 비하면 정말로 매우 최근이다.
천장은 열려 있어 햇빛이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내부의 촛불과 조명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했다. 벽면 곳곳에는 예수의 생애, 수난, 부활, 재림 등 기독교의 핵심 장면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각 조각 아래에는 성경 구절도 함께 기록되어 있었다.
암벽 곳곳에 거대한 벽화들이 조각되어 있어서 웅장함이 느껴졌다. 예수님의 생애, 사역, 부활, 재림에 대한 성화와 성구들이 새겨져 있다.
이집트 사람들 돌 깎는 기술은 아무래도 장난 아니다.
무언가 압도적인 영성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이곳은 고대 유적이 아닌, 비교적 최근 들어 콥트교인들이 직접 돌을 깎고 조각하여 만든 현대적 성소다. 특히 마을 전체가 신앙 공동체로 움직이기 때문에, 이 교회는 단순한 예배당을 넘어 자발린의 정신적 중심지라 할 수 있었다.
교회 한쪽에는 촛대에 불이 붙어있는 기도 장소도 있었다.
천장에 뜬금없이 조각이 하나 있었다.
동굴교회는 한 곳만이 아니었다. 안내를 따라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또 다른 예배당이 나타났다. 이곳 역시 바위산을 그대로 이용해 만든 교회였고, 뒤편에는 성인들의 조각상과 기도 공간이 조용히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시기에 조각되어 숨겨져 있던 작품이 교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있었다.
오호
그리고 이동해서 또 다른 동굴 교회 역시 아주 멋졌다.
바위를 깎아서 아주 열심히 만든 곳 같다. 뒤쪽에 보면 조각상들도 많았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비교적 최근에 콥트교인들이 만든 교회였다.
특이한 콥트교 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흔히 상상하는 이집트 문화, 유적, 관광 쪽 키워드와는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아직 이집트 구경이라는 느낌이 막 들진 않았다.
신앙과 공동체의 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돌에 새겨 넣은 이집트 콥트교인의 독특한 문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이집트의 파라오, 피라미드, 미라와는 전혀 다른 ‘살아 있는 이집트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카이로 시타델과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도시를 굽어보다
다음으로는 버스를 타고 카이로 시타델이라는 곳으로 이동했다.
‘보드게임 시타델 재밌는데!’ 하고 생각이 들었지만 시타델은 성채라는 의미라 여기저기서 쓰이는 것이었다.
동굴교회를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 다시 도심 쪽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카이로 시타델(Citadel of Cairo). 언덕 위에 우뚝 솟은 요새로, 중세 시대 이슬람 도시를 상징하는 중심지이자 오늘날까지도 카이로에서 가장 웅장한 건축물 중 하나다.
(시타델, 카이로 성채 배치도 (Political symbolism in Mohammad Ali’s mosque: Embodying political ideology in architecture))
카이로 시타델 (Citadel of Cairo, Citadel of Saladin)는 12세기에 살라딘이 지은 이집트 카이로의 요새로, 살라딘 시타델이라고도 불린다.
시타델은 12세기에 이집트의 영웅 살라딘(Saladin)이 십자군의 침입을 막기 위해 건립한 군사 요새로, 이후 오랜 시간 동안 이집트 통치자들의 궁전과 정부 기관이 모여 있던 정치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많은 여행자들의 발길을 끈다.
옛날엔 이집트를 다스렸던 통치자의 거처이자 정부 중심지였고, 지금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유적지가 되었다.
도착해서 언덕을 좀 오르며 안쪽에 들어오니 이번 네모난 공간이 나타났다.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바닥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들이 인상적이었다. 내부로 한 걸음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건 바로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Muhammad Ali Mosque)였다.
거대한 돔과 뾰족한 미나렛, 그리고 내부를 가득 메운 터키풍의 화려한 장식. 마치 이슬람 성당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였다.
이 네모 공간에 들어가려면 신발을 벗는 게 규칙이 있다.
신발을 놓을 땐 사진처럼 옆면으로 가지런히 모아두는 게 국룰이라고 한다.
다음은 조금 더 걸어 올라가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 조망대에 도착했다.

무카탐 언덕 위에 있어서 카이로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
앞쪽에 보이는 궁전은 아블라크 궁전 (Qasr al-Ablaq) 색깔이 죄다 흙 빛이라 사막 도시 분위기였다.
탁 트였으면서도 우중충한 게 특이하고 어릴 적에 본 중국 느낌도 살짝 들었다.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에서도 저 멀리 기자 피라미드가 육안으로 보인다.
꽤 먼 거리인데 신기하다.
이제 옆쪽에는 대망의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가 있다.
(두둥)
내부 천장은 섬세한 문양과 샹들리에로 꾸며져 있었고, 벽면 곳곳에는 코란의 구절이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여행 내내 봐왔던 이집트의 거친 풍경과는 전혀 다른, 정교하고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모스크 외부로 나오니, 무카탐 언덕 위 조망대에서 바라보는 카이로 시내의 전경이 펼쳐졌다. 흙빛 건물들로 가득 찬 도시,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의 색감. 어릴 적 중국 무협 영화 속 풍경 같기도 했고,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인 느낌도 들었다.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의 내부)
그리고 믿기 어렵게도, 저 멀리 기자 피라미드(Giza Pyramids)가 희미하게 보였다. 육안으로 보기엔 꽤 멀지만, 사막 특유의 맑은 공기 덕분인지 그 형체가 분명했다.
“이집트에 진짜 오긴 왔구나.”
다시 한 번 현실감이 밀려왔다.
아주 화려했고 천장도 멋있다.
갑작스러운 화려하고 성당 같은 분위기에 다소 당혹스럽긴 했다.
이제 다시 밖으로 나와보았다.
오…
머릿속에서 젤다의 전설 시간의 오카리나에 나오는 갤드 요새 BGM이 흘러나왔다.
(아시는 분?)
시간이 부족해 군사 박물관과 국립 경찰 박물관은 들르지 못했지만, 시타델과 무함마드 알리 모스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 이제 마지막 일정인 공중 교회와 예수 피난 교회로 향할 시간이다.
카이로 시내투어의 마무리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여행의 여운과 다음 여정을 향해
해가 기울기 시작하면서, 오늘의 마지막 여정지였던 공중 교회와 예수 피난 교회를 짧게 둘러보았다. 이곳들은 규모는 작지만, 예수의 흔적을 따라 순례하는 의미 깊은 장소로 알려져 있었다.
하루 동안 카이로 곳곳을 누비며 만난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다.
- 쓰레기 더미 속에서 희망을 찾는 자발린,
- 돌산을 깎아 만든 거대한 신앙의 공간 동굴교회,
- 중세의 숨결이 느껴지는 시타델과 화려한 모스크,
- 그리고 사막 도시만의 고요하고 낯선 하늘.
여행을 시작한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이집트가 가진 수많은 얼굴 중 몇 가지를 마주한 듯한 기분이었다. 피라미드도, 스핑크스도 보지 않았는데도, 이곳이 가진 독특함은 단순한 ‘고대 유적지’의 이미지 그 이상이었다.
버스에 앉아 창밖으로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 여행은 역사가 아닌, 삶과 신앙, 사람을 만나는 여정이구나.’
카이로 시내투어는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다음 날은 더 본격적인 이집트 탐험이 기다리고 있다.
다음 편에서 계속.






















